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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옹> 인물 분석/레옹/매틸다/스탠스필드

by story득템 2025. 6. 18.

1994년 개봉한 영화 ‘레옹(LEON: The Professional)’은 킬러 영화라는 장르적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속에 감춰진 감정의 밀도와 인물의 서사는 단순한 액션이나 범죄 스릴러를 넘어선 인간 드라마입니다. 장 뤽 베송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세 인물, 레옹과 매틸다, 그리고 스탠스필드를 중심으로 고독과 성장, 광기와 희생이라는 테마를 녹여냈습니다. 특히 캐릭터의 정체성과 감정 변화, 상징성은 이 영화가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 인물 각각의 내면을 깊이 있게 분석하며, 이들이 만들어낸 서사의 힘을 되짚어보겠습니다.

 

레옹

1. 고독한 킬러, 레옹의 내면과 변화

레옹(장 르노 분)은 뉴욕의 어두운 이면에서 살아가는 프로페셔널 킬러입니다.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에 서툴며, 사람과의 관계를 극도로 꺼리는 그는 마치 기계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화분이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늘 창가에 두고 정성스럽게 물을 주며 돌보는 이 화분은 외적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내면적으로는 레옹이 처음으로 감정을 이입한 유일한 생명체입니다.

이러한 레옹의 삶은 매틸다와의 만남으로 급격히 변화합니다. 매틸다는 그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온 돌발변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그녀에게 점점 감정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전까지는 살아 있기 위해 살았던 그가, 매틸다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살고, 나아가 누군가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인간이 됩니다.

그의 변화는 겉으로는 느릿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거대한 전환입니다. 처음엔 총을 쥐고 잠든 매틸다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그가, 후반부에는 그녀를 위해 ‘미소’를 짓고 ‘걱정’을 하고, 결국 ‘희생’을 선택합니다. 이는 레옹이라는 인물이 살인자가 아닌 인간으로 성장한 과정이자, 고독에서 벗어나 진정한 감정을 깨달아가는 여정입니다.

영화 후반, 그가 매틸다에게 화분을 맡기며 “이제는 뿌리를 내려야 할 때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단지 식물에 대한 대사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전하고 삶을 매듭짓는 상징적 고백입니다. 이 장면에서 레옹은 킬러가 아닌 ‘한 인간’으로 완성됩니다.

2. 상처받은 아이, 매틸다의 성장과 주체성

매틸다(나탈리 포트만 분)는 영화 속 가장 복합적이고 충격적인 캐릭터입니다. 불과 12살의 나이에 가정폭력과 방임을 겪으며 자라온 그녀는, 어린아이로서 가져야 할 천진함과 보호받을 권리를 빼앗긴 존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누구보다도 명료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있고,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려는 강한 생존 본능을 갖고 있습니다.

매틸다가 레옹에게 “나도 킬러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단순한 동경이 아니라, 세상에 복수하고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결단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레옹과 함께 보내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법을 배워갑니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레옹에게 보내는 감정은 단지 연애감정이라기보다, 보호자에 대한 애정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 그리고 안전한 관계에 대한 갈망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매틸다는 영화 전반에 걸쳐 어린아이의 모습과 어른스러운 사고를 오가는 모순된 감정선을 지녔습니다. 이것이 캐릭터에 깊이를 더하고, 관객에게 복잡한 감정을 남깁니다. 특히 그녀가 총을 다루거나 킬러 교육을 받는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그 안에는 어린아이가 사회적 보호 없이 극단으로 내몰릴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회적 은유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매틸다는 레옹의 화분을 학교 운동장에 심으며 말합니다. “이제 여기가 뿌리를 내릴 곳이야.” 이 대사는 그녀가 더 이상 떠도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선언입니다. 결국 매틸다는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되찾은 존재로서, 또 한 명의 주체적인 인물로 성장합니다.

3. 광기와 제도화된 악, 스탠스필드의 상징성

노먼 스탠스필드(게리 올드먼 분)는 이 영화에서 가장 극단적이면서도 인상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는 단순한 악당을 넘어서 광기와 시스템의 부패를 대표하는 존재입니다. DEA 요원이라는 공권력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마약 밀매, 살인, 협박 등을 일삼는 부패 그 자체입니다.

그의 가장 무서운 점은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살인을 즐기고, 약물을 복용한 뒤 감정이 무너진 상태로 범죄를 저지릅니다. 그의 대사 “EVERYONE!!!”은 관객들에게 광기의 정점을 각인시키는 대표적인 순간이며, 그가 통제 불가능한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스탠스필드는 단지 악역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레옹과 매틸다의 삶을 파괴한 사회적 위협이며, 제도화된 폭력의 실체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법의 이름으로 움직이지만, 실상은 무법자입니다. 이 구조는 영화를 단순한 사적 복수극에서, 사회 구조에 대한 은유와 풍자로 확장시킵니다.

영화 후반, 레옹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스탠스필드를 죽입니다. 이것은 단지 복수의 완성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이 체제의 부조리함을 이겨낸 상징적 결말로도 볼 수 있습니다. 스탠스필드는 끝까지 감정이 없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죽음 앞에서는 당혹감을 보입니다. 이는 그 또한 ‘감정의 결핍’이 만들어낸 괴물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게 만듭니다.

 

‘레옹’은 단순한 스릴러나 킬러 영화로 분류되기에는 너무 감정적이고, 너무 인간적입니다. 고독과 상처, 희생과 성장이라는 테마를 각각의 인물에게 부여함으로써, 영화는 감정의 깊이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 레옹은 고독 속에서도 사랑을 배우고, 생을 걸고 누군가를 지켜낸 존재입니다.
  • 매틸다는 상처 속에서도 감정과 자아를 회복한 인물로, 관객에게 울림을 줍니다.
  • 스탠스필드는 법과 제도의 가장 추악한 면을 체현한 인물로, 긴장감과 대립의 축을 완성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결의 인물들이 만들어낸 서사는 단단하면서도 깊이 있는 감동을 남깁니다. 이 영화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회자되는 이유는 결국 인물 하나하나에 감정의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