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개봉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은 뮤지컬 장르의 고전이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줄리 앤드루스와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주연을 맡았으며, 실존 인물인 트랩 패밀리 싱어즈(Von Trapp Family Singers)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음악, 배경, 감동적인 이야기, 그리고 시대적 메시지를 조화롭게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한 감성 영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의 감정선과 성장이 음악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적 완성도를 말해줍니다. 등장인물들은 각자 독립적인 성격과 배경을 지니며, 영화 속에서 음악은 이들이 서로 연결되고 변화하게 되는 매개체이자 상징적 언어로 작용합니다. 본 글에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 속 핵심 캐릭터들과 그들과 연결된 주요 음악들을 통해, 어떻게 인물과 음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하나의 서사를 완성해 나가는지를 심층 분석합니다.
1. 마리아 – 자유, 자신감,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캐릭터
주인공 마리아(줄리 앤드루스 분)는 영화의 감정적 중심이자, 음악적 에너지를 가장 강하게 품은 인물입니다. 영화 오프닝 장면에서 마리아가 알프스 산맥을 배경으로 부르는 “The hills are alive with the sound of music…”는 단지 한 곡의 시작이 아니라, 마리아라는 인물의 정신 세계와 삶의 방향을 상징하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그녀는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며, 음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인물입니다. 마리아의 삶에는 규율보다는 감성, 구조보다는 자유가 중요한데, 이는 그녀가 수도원에 어울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마리아는 처음 트랩 대령의 저택으로 가는 길에서도 자신의 불안함을 노래 “I Have Confidence”로 표현합니다. 이 곡은 단순히 독백이 아니라, 그녀가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낯선 환경에 맞서는 성장의 첫 걸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불안한 상황을 음악을 통해 극복하려는 이 장면은, 마리아가 어떤 방식으로 삶의 문제를 마주하는지를 잘 드러냅니다.
가장 상징적인 곡은 “Do-Re-Mi”입니다. 이 곡은 아이들과의 첫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내는 열쇠이며, 교육적 의미와 관계 형성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노래를 통해 마리아는 아이들의 경직된 감정을 풀어주고, 동시에 자신도 이들과 교감하며 하나의 가족처럼 성장해 나갑니다. 이 노래가 끝날 무렵 아이들은 웃고 있고, 마리아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마리아에게 음악은 단지 재능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자 행동 방식이며, 그녀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 자체입니다.
2. 폰 트랩 대령 – 폐쇄된 감정의 해방과 사랑의 회복을 음악으로 표현하다
폰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 분)은 영화의 초반에는 완전히 닫힌 인물로 등장합니다. 군인 출신인 그는 질서와 통제를 삶의 가치로 삼고 있으며, 아내를 잃은 슬픔을 감정 대신 규칙과 권위로 감추고 있습니다. 음악은 그의 삶에서 제거되어 있고, 아이들은 ‘호루라기 신호’로 움직이며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는 음악을 감상하지도, 연주하지도 않으며, 음악 자체를 회피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마리아의 등장과 함께 분위기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합니다.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집안에 따뜻한 정서가 흐르기 시작하고, 대령도 점차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대령이 “The Sound of Music”을 아이들과 함께 부르기 시작하는 장면은, 그의 감정이 열리는 결정적 전환점입니다. 처음으로 음악이 그에게도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이며, 동시에 아이들과의 관계도 근본적으로 변화합니다.
가장 강렬한 장면은 그가 “Edelweiss”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이 곡은 오스트리아의 국민 정서와 애국심을 담은 곡으로, 대령이 조국을 떠나야 할 현실 앞에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고백하는 순간입니다. “Edelweiss, Edelweiss, every morning you greet me…”라는 가사에는 단순한 자연 찬가를 넘어서, 가족과 조국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내면의 슬픔과 강인함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이 장면을 통해 관객은 폰 트랩 대령이 음악을 통해 진정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되며, 이는 마리아와의 사랑을 수용하는 정서적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대령은 음악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받고,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며 진정한 사랑과 따뜻함을 회복하는 인물로 완성됩니다.
3. 트랩 아이들 – 억압된 감정이 음악으로 회복되는 성장의 상징
영화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인물군은 바로 트랩 대령의 일곱 아이들입니다. 이들은 초반에는 아버지의 군대식 교육과 감정 억압 속에 살아가며, 외부에 대해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아이들은 유머가 없고, 개성이 억눌려 있으며,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잊은 듯 보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아이들에게 놀이와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접근합니다. “Do-Re-Mi”는 아이들의 경직된 세계를 허물고,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되찾게 해주는 첫 시작점입니다. 이 곡이 끝날 무렵 아이들은 웃고, 손을 잡고, 화음을 맞추며 노래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는 단지 음악을 배운다는 의미를 넘어서, 감정 표현과 자율성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Lonely Goatherd”는 아이들과 마리아가 함께 인형극을 하며 공연하는 장면에 삽입되며, 가족 간의 즐거움과 유희를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또한 “So Long, Farewell”은 파티 장면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곡으로, 각자의 개성과 목소리가 조화롭게 녹아드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음악이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가족의 연결고리인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특히 장녀 리슬(Liesl)의 솔로 넘버 “Sixteen Going on Seventeen”은 사춘기 소녀로서의 감정과 순수한 첫사랑을 상징하는 곡입니다. 리슬은 롤프와의 로맨스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탐색하게 되고, 이 곡은 그녀의 성장과 순수함을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그녀의 노래는 단순한 청춘의 노래가 아니라, 감정이 성장하고 스스로 판단하게 되는 자립의 전환점을 나타내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트랩 아이들은 결국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아버지와 마리아와도 진정한 유대를 형성해 갑니다. 음악은 이들에겐 단지 연습이나 노래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가족 회복의 정서적 매개체로서 영화의 주요 축을 담당합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음악을 통해 인물이 성장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감정을 회복해가는 서사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마리아는 음악을 통해 자유와 사랑을 전하고, 폰 트랩 대령은 음악으로 슬픔을 넘어서며 감정을 회복합니다. 아이들은 음악을 통해 개성을 되찾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유대감을 느끼게 되죠. 이처럼 음악은 인물의 성격과 감정 상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을 전달하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다시 감상할 때, 각 인물과 그들이 부르는 곡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주의 깊게 들어보세요. 음악이 왜 이 영화의 심장인지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